• 2026. 3. 3.

    by. 물 긷는 남자

     

    작년 늦은 가을 어느 날, 강릉에 있는 모 항문외과를 찾은 적이 있어요.
    며칠 전부터 앉는 것이 불편해지면서 움직 때 조차 몸이 보내오는 신호가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는데,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뭉기적거리며 병원 가기를 미뤘어요.
    혹시 치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괜히 겁부터 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방문한 항문외과는 생각보다 어둡고 경직된 분위기였습니다.
    병원이 그리 밝은 분위기도 아니고, 사람들의 표정도 불안한 모습이 있었습니다.
    상담을 기다리는 분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불안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특히 수술 후의 피부 타는 내음이 나를 경직하게 하고 유난히 나에게도 불안이 업습하더라고요

    그 순간, 답답함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특별한 증상도 없었는데 이렇게 병원에 와 있다는 사실이 저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아픈 곳보다도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습니다.
    의자에 앉아 있으면서 괜히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더라고요

    .

    그동안 나는 내 몸을 너무 쉽게 다뤄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불편해도 참고 넘기고, 나는 건강 관리 잘하는데, 습관이 좋다는 나만의 생각에 빠져 병원을 통한 관리를 멀리한 것이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 나이에 이 정도쯤이야 다 있는 일이지”라는 말로 자신을 설득해 왔습니다.
    하지만 막상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으니, 그동안의 태도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날 제가 얻은 교훈은 단순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생각지 못한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어제까지 멀쩡하다고 생각했던 몸이 오늘은 갑자기 신호를 보냅니다.
    우리는 늘 내일을 계획하지만, 몸은 내일이 살펴 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 기준으로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경험은 내 살아온  생활 방식을  새삼  돌아보게 하고,


    건강은 나중에 챙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늘 현재의 문제라는 것,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후회하는 습관은 결국 나 자신을 더 힘들게 한다는 것,
    그리고 병원은 단지 치료받는 곳이 아니라
    내 삶을 잠시 멈추고 돌아보게 만드는 공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병원 대기실은 몸으로, 말로, 행동으로 대화가 오가는 공간입니다.
    조용하지만 마음은 많은 생각으로 혼란스럽기도 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는 각자의 인생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불안을 안고 있고, 누군가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누군가는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날의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증상이나 치료 방법에 관한 이야기는 이 글에서 길게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 부분은 따로 정리해서 서브 블로그에서 이어가 보려 합니다.


    이 글에서는 다만, 병원 들어서면서 제가 느꼈던 마음과 생각만 남기고 싶었습니다.
    몸의 문제보다 그 시간에 떠올랐던 생각이 더 오래 남았기 때문입니다.

     

    병원 나오면서 집으로 가는 길에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앞으로는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그냥 넘기지 말자.
    불편함을 무시하지 말고, 나 자신을 조금 더 돌보자.
    완벽하게 살 수는 없지만, 최소한 외면하지는 말자는 약속이었습니다.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 말이 이렇게 실감 난 날도 드물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우리는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됩니다.
    병원 대기실은 그 사실을 조용히 알려주는 장소였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갑작스럽게 병원을 찾게 되었던 날,
    대기실에서 여러 생각이 밀려왔던 순간이 있었나요?


    그때 여러분은 어떤 마음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여러분의 생각 주시면 고맙겠습니다.